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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쿠팡 택배기사 ㄱ씨(41)는 추석 연휴만 되면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일을 시작하고는 한 번도 추석 때 처가에 가질 못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 6일 일을 나가야 하는 탓에 쉬는 날 하루 근처에 사는 친가 부모님과 “쫓기듯” 식사 하는 게 전부다. 그는 “다른 택배 기사들처럼 추석에라도 3일만 쉬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족과 식사도 마음 편히 하고, 장모님과 장인어른도 찾아 뵙고 싶어서다.
그의 바람은 수많은 쿠팡 택배기사들 바람과 다르지 않다. 쿠팡본부가 소속된 전국택배노조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기업은행마이너스통장이율 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최소 3일의 추석 연휴를 보장하라”고 요구한 까닭이다. 강민욱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물류센터나 터미널을 3일간 완전히 멈춰서 쿠팡 자회사 소속 정직원 택배기사든 대리점 소속 특수고용직 택배기사든 모두 다같이 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을 제외한 여타 택배 업체들은 모두 추석 연휴 기 장애인창업자금지원 간 3일 이상 배송을 온전히 멈춘다. 씨제이(CJ)대한통운과 한진은 내달 5∼7일 추석 당일을 전후로 3일간 배송을 쉰다. 로젠택배도 내달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배송을 쉰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하루도 배송을 멈추지 않는 건 쿠팡 뿐이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본사 결정 없이 기사들이 개별적으로 추석에 쉬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 쪽이 임펄스 응답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근무 요일 일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씨엘에스(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택배 대리점 소속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강 위원장은 “쉬려면 대신 일할 백업 기사가 늘 준비돼있어야 하는데, 그런 대리점은 broker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 5일 일하는 기사가 3명이라면 그에 꼭 맞춰 주 6일 일하는 백업 기사를 1명 두는 식이라, 각자 미리 정한 쉬는 날이 아니면 원할 때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쿠팡씨엘에스 소속 정규직 택배기사 ‘쿠팡친구’가 있지만, 대리점 입장에선 쿠팡친구를 쓰는 게 부담이다. 할당된 배송 구역을 자체 기사들 수학강사 로만 감당하지 못한 셈이 돼 향후 계약 갱신 때 구역을 뺏긴다거나 아예 계약이 해지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정해진 날 이외에 쉬려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강 위원장은 “백업 택배기사가 없으면 용차(대리점에 소속되지 않은 택배 기사)를 저희 2배 일당을 주고 불러야 하는데, 대리점은 그 비용을 택배 기사한테 전가하려 하기 일쑤”라고 했다.
쿠팡은 365일 배송이 로켓배송 서비스의 핵심이라 이를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365일 언제나 빠르게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의 가치를 믿고 구독해주시는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정상 배송 방침을 당장 허물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괜찮습니다. 늦어도 좋습니다’라는 우리의 응답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며 “쿠팡은 당장 추석 연휴 기간 최소한의 휴무를 보장하고 ‘365일 로켓배송’이라는 반사회적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