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오른쪽)가 1일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과 함께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싣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무너뜨리기 위해 출발하기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의 민간 소함대에 탑승해 있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인 팝 혼성그룹 아바(ABBA)를 아시나요? 약 4억 장의 앨범을 판매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바의 히트곡들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가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밝고 전형적인 디스코 리듬이 어우러져 있는 아바의 히트곡이 포성이 울려 퍼지는 피격 현장의 '배경음'이 됐다고 합니다.

라디오 채널에 울려퍼진 아바(ABBA)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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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13일 튀니지 비제르테 항구에서 이스라엘의 해군 봉쇄를 깨고 팔레스타인에 필수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보트들과 함께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비제르테=로이터 연합뉴스


아바의 노래와 삼성자산운용 총성이 부조화를 이룬 곳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그리스 인근의 바다 위였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곳 해상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글로벌수무드함대(GSF) 선단이 그리스 최남단 가브도스섬에서 남쪽으로 약 56㎞ 떨어진 바다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선박 51척으로 구성된 이들 선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압류 하마스 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 식량과 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항했습니다. 선단에는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포함한 기후 및 인도주의 단체의 44개국 대표단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늦은 밤 느닷없이 GSF 선단의 배 위로 무인기(드론) 12대의 공격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사회 파산면책후 신용카드발급 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함대 주변에서 10여 차례의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지지직거리며 라디오 통신이 차단됩니다. 함대에 타고 있던 한 기후단체 소속 이탈리아 활동가 스테파노 베르톨디는 "며칠째 우리를 추적하던 드론이 폭발물을 터뜨려 작은 돛을 떨어뜨렸고, 이제는 돛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폭발음이 울리자 여러 차례 조 안양 아파트 전세 난 신호를 보내야 했습니다.
이날 밤 GSF 소속 활동가 야스민 아카르가 실시간으로 공유한 영상에선 공격이 발생하기 직전 선내 무전기에서 1980년 발표된 아바의 히트곡이자 '맘마미아'의 테마곡 '네 모든 사랑을 내게 줘(Lay All You Love On Me)'가 낮은 음질로 갑자기 재생되기 시작합니다. 툰베리와 같은 국가 출신의 유명 가수 아바의 노래를 들려주며 누군가 이들을 '조롱'하는 것처럼 말이죠. "범인들이 우리를 상대로 심리 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GSF 대변인은 지적했습니다.
아카르는 미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들(공격범)은 우리의 무전 사용을 방해하기 위해 아바 노래를 틀어 통신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해안경비대에 구호 요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선박에 탑승한 이탈리아의 아날리사 코라도 유럽의회 의원은 선내에 울려 퍼지는 아바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이 우리 무전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협박 같았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공격은 오전 4시까지 3시간 동안 지속됐다고 합니다.

공격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실향민들이 24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 캠프 서쪽 알라시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자=EPA 연합뉴스


이날 밤 벌어진 공격은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됩니다. GSF 활동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봉쇄가 필요하다고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선단을 "하마스를 돕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가자지구 해역 접근 시 나포해 참가자들을 교도소에 수감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과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은 툰베리 일행이 소속된 자유함대연합(FFC) 선박을 나포한 바 있습니다.
GSF 함대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가자지구로 출발한 이후 일부 선박들이 지난 9일 튀니지에서 합류를 기다리던 중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비무장 민간 구호단체가 공격을 당하자 다행히도 이탈리아는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지중해 훈련에 투입된 이탈리아 해군 호위함 '파산'을 선단 지원에 전환 배치했습니다. 스페인도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선단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보낸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자지구로 향하는 GSF 활동가들의 의지는 굳건해 보입니다. 툰베리는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드론 공격을 "위협 전술"이라고 부르며 "이런 공격의 위험은 알고 있었고, 이는 우리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매일 24시간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