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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점은 톈진에서 개최됐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다음 날이자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이하 '전승절') 전날이었다.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전승절에 쏠렸지만, 이날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됐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몽골을 경유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체결됐다.
'시베리아의 힘1'은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에 위치한 야쿠티아의 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 아무르주를 거쳐 중국 헤이룽장성으로 수송한다. 2014년 러시아 가스 인터넷대학 기업 가스프롬과 중국 에너지 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30년 가스 판매 및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가스프롬은 가스관 건설을 위해 2019년까지 약 1조1000억 루블(약 18조4900억원)을 투입했다. 가스관 총길이는 3000여km에 달하고 지름은 1420mm로, 연간 최대 수송량은 380억㎥다. 2019년부터 가동해 올해는 최대 목포씨티캐피탈 수송량에 도달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1으로 중국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유럽에 치우쳤던 수출을 다변화했다. 또 동부 시베리아에서 생산하는 가스를 극동에 공급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무르주 블라고베쉔스크에서 운영 중인 가스 처리 공장은 연간 490억㎥의 가스를 처리해 단일 규모로는 러시아 최대다. 러시아는 이를 통해 향후 한국과 일본에 가 기아자동차 스를 공급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문제는 시베리아의 힘2였다.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의 가스를 중국 내륙으로 수송하고자 이를 설계했다. 연간 최대 수송량은 500억㎥로, 시베리아의 힘1보다 33% 더 늘어난 규모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9월1일 상하이협력기구 대출 인지세 (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EPA 연합


법적 구속력 합의 체결…중·러 에너지 밀착
처음에는 사업 진척이 순조로웠으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 농협 적격대출 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통제했다. 전쟁 이전인 2020년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는 석유 26.9%, 가스 41.1%, 석탄 46.7%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EU는 총에너지 소비량 중 57.5%를 수입했는데, 그중 가스와 석탄에서 러시아 의존이 심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독일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그 이유는 '노르트스트림' 때문이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루브민으로 수송하는 가스관이다. 2011년부터 가동했는데, 연간 최대 수송량은 550억㎥에 달했다. 2021년에는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발트해를 거쳐 루브민에 이르는 노르트스트림2를 완공했다. 노르트스트림2도 550억㎥의 연간 최대 수송량을 갖고 있다. 노르트스트림을 건설하는 데 앞장섰던 이가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다. 메르켈은 노르트스트림으로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사 제조업을 부흥시켰다. 하지만 러시아산 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은 곤욕을 치렀다.
특히 2022년 9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3곳을 파괴해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그로 인해 가스 가격은 폭등했고 독일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독일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23년에는 -0.3%, 2024년엔 –0.2%로 떨어졌던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서부 시베리아에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연간 최대 329억㎥를 보내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동이 2022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올해 1월부터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수송되는 가스관도 잠겼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는 흑해를 거쳐 튀르키예와 남유럽으로 수송하는 '터키스트림'과 '블루스트림'만 운영 중이다. 연간 최대 수송량은 터키스트림 315억㎥, 블루스트림 160억㎥다. 이처럼 유럽에 공급하던 막대한 가스가 남아돌자, 중국은 러시아에 시베리아의 힘2로 공급될 가스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2를 빨리 건설해 중국에 가스를 추가로 공급해야 과거 노르트스트림으로 거둬들였던 판매 수입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러시아의 애타는 사정을 이용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가스관 건설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했다.
그렇게 이번에 시진핑과 푸틴이 만나 시베리아의 힘2 건설에 합의했다. 물론 향후 가스프롬과 CNPC 사이의 본계약은 남아있다. 가스와 달리, 러시아 석유는 중국과 인도가 분담해 소비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2023년부터 수출한 석유 중 약 45~50%는 중국이, 약 40%는 인도가 수입했다"고 했다. 본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인도가 수입한 전체 석유 중 러시아산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22%, 2023년 35%, 2024년 37%로 해마다 비중이 급증했다. 이렇듯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숨통을 터주는 데 기여했다.
그 덕분에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2022년에 –2.1%로 떨어졌지만 2023년에는 3.6%, 2024년엔 4.3%로 선전했다. 2024년 실업률은 2.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큰 배경은 전쟁 특수다. 군수산업이 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산업 투자가 줄어들면서 1%대 저성장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수는 사라지고 있지만, 에너지 수출은 전쟁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 러시아로서는 고민이 깊다. 실제 대외무역은 2021년 7866억 달러였으나 2024년에는 7169억 달러로 감소했다.
모디, 美 압력에 굴복 않겠다는 의지 천명
이에 러시아는 이번 SCO 회의를 통해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수입을 유지하거나 늘리기를 바랐다. 특히 미국이 8월27일부터 인도산 제품에 대해 50%의 상호관세를 적용한 직후였기에 모디 인도 총리의 입장이 아주 중요했다. 만약 인도가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한다면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기에 9월1일 푸틴은 정상회의 직전 자신의 리무진에서 모디와 50분간 대화했다. 모디도 SNS에 관련 사진을 공개하며 "푸틴과의 대화는 항상 통찰력이 넘친다"고 적었다.
푸틴과 모디는 리무진에서 함께 내려 손을 잡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장 안에서 시진핑이 그들을 맞이했고, 세 정상은 서로 포옹하고 웃으며 담소했다. 정상회의에서 모디는 "인도와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은 두 나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결과적으로 인도에 대한 트럼프의 고율 관세 폭탄은 인도를 러시아, 중국과 끈끈하게 이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 블룸버그는 "푸틴, 시진핑, 모디가 러시아 에너지를 매개로 반(反)트럼프 삼각협력을 맺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