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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동산 투자 방식이 연일 국민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갭투자'를 활용해 아파트를 매매하며 자산을 증식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열심히 벌어 가격이 안정되면 집을 사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융단폭격을 맞고 26일 끝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차관 뿐 아니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부동산 대책의 주무 부서장들의 과거 거래 내역도 상세하게 까발려져 비아냥 단가비교 의 대상이 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마저 의심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갭투자·재건축 투자는 기본…'일시적 2주택'에 빚투까지
이 차관은 2017년 8월 '판교밸리호반써밋' 을 분양 받고, 8년 만인 지난 6월 7일 11억 4500원에 매도하며 자신은 '주인 전세'를 살았다. 별내지구미분양아파트 이후 이 차관의 부인은 지난해 7월 29일 성남시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117㎡를 '전세를 끼고' 33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흔히 '주인 전세'로 불리는 스킬을 활용해 주택을 매도하고, 새로 매수한 주택 역시 전형적인 '갭투자'를 활용한 것.
그러면서 '일시적 1가구 2주택 비과세' 조건도 잘 맞춰 양도세 비과세도 챙겼다. 판교푸 직장인할인 르지오그랑블의 현재 시세(40억 원)를 고려하면, 이렇게 그가 챙긴 시세차익만 해도 10억 원이 넘는다.10·15 대책 이후라면 모두 불가능한 방식들이다.



전세 끼고 집을 사 이른바 '갭투자' 논란에 휩싸인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23일 국토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대국민 신용불량자보증인대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역시 일찍이 '재건축 아파트'를 매수해 성공적으로 자산을 불렸다. 이 위원장은 2013년 주제네바 대표부 재경관으로 부임하기 직전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를 8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전세를 끼고, 대출도 3 카드발급 억5000만원 받았다. 역시 이제는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재건축이 완료된 현지 실거주하고 있는 이 아파트는 현재 40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의 방식은 더욱 다채롭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 대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3채를 처분하기 전까지 무려 '4주택자'였다. 한 채 남긴 아파트는 개포동 주공 1단지로, 개포 대장 아파트로 재건축됐다. 이 아파트는 최근 45억원 안팎에 거래됐다.
이찬진 금감원장의 '강남 아파트 2채' 역시 주목받았다. 이 원장은 호가가 19억~22억원 선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것이 논란이 되자 "한두 달 내 정리하겠다"며 자녀 증여 의사를 밝혔다. 그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자 임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입길에 오른 공직자들 중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2000년 서울 서초동 옛 극동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을 구입한 뒤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부임했다가 서초래미안아파트로 재건축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경우 '해외근무'라는 특수상황이 고려돼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주거 이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해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까지 일으키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합당하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文 정부' 시절의 데자뷔
최근 불거진 이런 논란은 낯설지 않은 장면들이기도 하다. 5년간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강력한 규제 대책을 썼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대목이 많았다. 이 때는 '벼락 거지', '똘똘한 한 채'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신조어가 탄생하는 등 온 국민의 관심이 부동산 시장과 규제 대책에 쏠려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2017년 이후 대중화한 '똘똘한 한 채' 전략을 썼던 고위공직자로 노영민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꼽힌다. 노 전 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 다주택 소유주인 청와대 참모들에게 집 매각을 압박하면서도, 그 자신이 2주택자여서 눈길을 끌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 강남 아파트는 남겨두고 지역구인 청주 집을 팔기로 해 '똘똘한 한 채'의 전형이라고 평가받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관련 논란 /표=이슬기 기자


'다주택 논란'에도 끝까지 버티며 집을 팔지 않았던 이들도 있었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강남 아파트 2채를 보유해 비판받았는데도 퇴직 시점까지 집을 처분하지 않고 버텼다.
그렇게 버틴 덕에 2020년 퇴직 시점에는 강남과 잠실 아파트 상승분이 6억원 이상에 달했다. 그는 '다주택자 매각' 지시가 나오자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높은 매물로 내놓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은 90억원대의 부동산을 은행 빚 50억원을 빌려 구입하는 '영끌'로 화제를 모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와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상가 2채, 경기도 광주 송정동 근린생활시설 등에 '투기'라는 비판을 받은 경기도 광주 성정동의 임야(1578㎡)와 대지(1361㎡)까지 포트폴리오가 다양했다.
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임대차법'이 통과되기 직전 규제를 피해 전셋값을 기습 인상했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도 있다. 그는 민주당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등의 임대차법을 통과시키기 전날인 2020년 7월 29일,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원으로 14.1%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 민주 '아킬레스건' 된 부동산…왜 반복하나 
부동산 시장 급등과 이후 정부 고위직·정치권의 논란성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제하려는 반시장적 부동산 대책이 신뢰를 무너뜨리고, 그 틈에서 드러난 고위층의 이중 행보가 민심 이반을 가속한다고 진단한다. 
한 야당 의원은 "부동산은 국민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문제라 ‘일상과 괴리된 언어’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며 "정책을 만든 이들이 국민들과 다른 규칙을 적용받아 부(富)를 증식시켰다는 게 밝혀지는 순간 민심은 다른 어떤 정책에 대해서보다 더 빨리 떠난다"고 꼬집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민주당 정권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를 '정책 수단의 한계'라는 구조적 이유에서 찾는다. 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단기적·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과 자산 양극화를 불러온다. 그런데도 지지층 반발을 불러올 '순리'를 채택할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진짜 목표가 집값 안정이 아니라 '토지 공개념' 실현'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지난 2023년 8월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가 펴낸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근거로 든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가 10·15 대책을 내놓은 이후 이 보고서 내용이 그대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확산 중이다. 이 보고서에는 "부동산은 시장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라는 내용이 핵심철학으로 담겨 있다.
여기엔 전세 축소, 공공 주도 개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집필진에는 임재만 세종대 교수(현 한국토지주택공사 개혁위원장) 등 당 내외 정책 실무진이 포함돼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