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방미는 대미 관세협상 후속협의 ‘진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달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로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재무부가 ‘10일 내 타결 가능성’을 공개 언급해서다. 그간 3500억달러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이 컸지만, 최근 미국으로부터 ‘의미 있는’ 대안을 받았다는 대통령실 발언도 나왔다. 중국과 희토류 문제로 충돌 중인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협상을 신속 마무리하고 중국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16일 오전 인천 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국세청 사업자 있다. /뉴스1


김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또 “이전에는 미국 내 관련 부서들이 아주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상을 안 보였지만, 이번에는 재무부와 USTR, 상무부가 상당히 뮤지컬할인이벤트 긴밀하게 소통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내부에서도 입장 조율 작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방미에는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협상팀이 총출동했다.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과 맞물려, 미 측 협상 수원 통합 ‘키 맨’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특히 한국시각으로 17일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방문한다.
전날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단에 공지 문자를 발송하고 “한미 간 관세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특별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는 취지의 대통령실 내부 입장과 비교할 농협대학교 등급 때, 협상의 진전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출국 전 “외환시장(충격)과 관련한 여러가지 부분에서 미국 쪽과 상당 부분 이해의 간극이 좁혀졌다”라고 했다.
협상 과정에선 달러 대신 원화 계좌로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한다. 3500억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 84%에 해당하는 규모로, 미국 주장을 주택자금대출 수용하면 우리 외환시장 및 경제 전반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한미 간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안전 장치로 제안했으나, 확답을 받진 못했다. 다만 한국 경제 위기가 미국에도 악재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 뒤 지난달 수정안을 보냈고, 미국으로부터 ‘검토해볼 만한 답’을 받았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미 측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무역협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과의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 “디테일 문제가 있지만, 세부 사항을 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 요청과 관련해 “시각 차는 해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우리는 현재 대화 중이며, 앞으로 열흘 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협상의 핵심은 직접 지분 투자(에쿼티·equity) 비율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말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밝히면서, 3500억 달러의 대부분이 대출(loan)과 보증(guarantee)이며, 직접 투자는 소수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 타결 후 미 측이 실제 보낸 업무협약(MOU)에는 대부분 달러 직접 투자 방식이 명시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달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국제 투자 상례상 대부분은 대출과 보증, 일부는 직접 투자를 예상했다. 이런 내용을 우리 비망록에 적어놨다”면서 “미국이 보내온 MOU문서는 판이하게 달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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