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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이 미술 애호가였다는 사실은 21세기 이후 새롭게 조명되었다. 그는 80여 점의 유화와 판화 9점, 지도 8장을 소장했고, 말년에 시력을 잃기 전까지 화폭 앞에 머무는 시간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작가 로맹 롤랑에 의하면 헨델은 빛과 자연, 아름다운 그림과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청년 헨델은 이탈리아에서 3년 반 동안 머물며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나폴리에서 활동했다. 그는 예술의 강력한 후원자 피에트로 오토보니주식투자가
, 베네데토 팜필리, 카를로 콜로나 추기경의 지원 아래 화가, 문인, 작곡가와 교류했고, ‘문화의 수도’이자 ‘회화의 중심지’ 로마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이런 체험은 이미지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져 음악적 상상력과 창조의 원천이 되었다. 그렇기에 롤랑은 헨델을 ‘눈으로 사는 사람’으로 정의했고, 노년에 시각을 상실한 헨델을 그의 오라토리오 주인공, ‘눈푸른기술 주식
먼 삼손’에 비유했으리라.
경매인이 세심하게 기록한 컬렉션 리스트를 통해, 우리는 헨델의 내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그중 프랑스 로코코 화가 장 앙투안 바토의 ‘대화’는 주목할 만하다. 작품에는 헨델의 듀엣처럼 조화로운 남녀와 유희하는 청춘들이 등장한다. 바토의 장기였던, 우아한 군상의 자연 속 회동을 담은 ‘페트 갈란테(18세기 프랑주식시장시간
스 로코코 회화에서 유행한 화풍)’라는 장르다. 바토가 포착한 장면은 헨델의 몇몇 전원풍 오페라를 떠올리게 한다. 바토는 화가 이전 무대미술가로 일했고, ‘코메디아 델라르테’ 같은 희극 장르도 즐겨 그렸기 때문이다. 헨델의 음악과 바토의 그림은 극음악, 회화, 극장 예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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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풍경에 관심이 많았다. 약 35점의 풍경화 목록에는 네덜란드 화가 살로몬 라위스달, 헤르만 판 스바네벨트가 포함되었다. 하늘과 구름, 강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을 목가적 정취로 묘사한 두 거장은, 헨델의 ‘충직한 목동’이나 ‘아치스와 갈라테아’가 지닌 음악적 목가성과 통한다. 그는 이탈리아 화가 카나레토의 ‘두칼레 궁전’도 보유했으며, 캔버스를 마주뜨는주식종목
하며 젊은 시절 보았던 눈부신 베네치아 앞바다와 총독 관저를 회상했을 것이다.
헨델이 무대장식가이자 건축가 조반니 니콜로 세르반도니의 그림 두 점을 소장했던 것 역시 의미심장하다. 세르반도니는 애상과 향수를 자아내는 폐허를 그리는 데 뛰어났으며, ‘눈속임 기법(트롱프뢰유)’을 공간에 도입하여 무대에 장대한 환영을 드리웠다. 그가 그린 고대 잔해를 바라보며 헨델 오라토리오 ‘삼손’의 최후-삼손이 두 기둥 사이에서 신전을 무너뜨리는 순간-를 떠올리는 것은 흥미롭다.
이 외에 헨델 컬렉션은 주로 신화를 주제로 한 유화들이다. 회화 장르 가운데 위계가 높은 부류로, 그의 오페라 주제와 통한다. 그러나 헨델은 대작만 고집하지는 않았다. 그는 소박하고 해학적인 다비트 테니르스나 오스타데풍의 장르화에도 관심을 가졌다. 컬렉션에 포함된 ‘수도자 복장의 두 마리 원숭이’는 원숭이를 의인화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도상이다. 이는 헨델이 극적 요소에 민감한 예술가로서, 사람의 기질과 우스꽝스러운 면모에 주목했음을 암시한다.
이런 사례는 비단 헨델만은 아니다. 동시대 음악계 인사 중 그림을 사랑한 이들이 적지 않다. 카스트라토 파리넬리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며 벨라스케스, 무리요, 리베라 같은 대가의 예술품을 모았고, 작곡가 아르칸젤로 코렐리는 사후 142점의 회화를 유품으로 남겼다. 첼로 명인이자 대본가 니콜라 아임, 음악가 프란체스코 제미니아니는 아트 딜러로 활동하기도 했다.



헨델의 수집은 취향의 영역을 넘어, 18세기 미학이 공유한 ‘감각의 통합’을 보여준다. 영국 시인 힐드브랜드 제이컵은 “음악과 미술은 동일한 원리인 모방과 조화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고, 키케로는 “인간 삶과 관계된 모든 예술은 공통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헨델에게 음악과 회화는 분리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조화로 수렴되는 세계였다.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과 이미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