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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내게 늘 설레는 곳이다. 1987년 첫 시집 제호가 ‘남해행’이었고, 젊은 날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찾아다닌, 특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린 현재를 만끽하면서도 늘 과거를 떠올리며 산다. 내겐 유독 남해의 기억이 그렇다. 지금의 편리함이 좋으면서도 왠지 예전의 불편함이 그립기도 하다.
창선삼천포대교가 건설되기 전엔 삼천포항에서 금남호를 타고 남해 창선에 닿았다. 갑판에 몇 대의 차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대출 를 겨우 실을 수 있었기에 줄지어 차례를 기다려 남해로 가곤 했다. 2003년 4월 개통된 이 대교는 초양교, 늑도교, 창선교, 단향교를 잇는 남해의 관문이다.
이 영화가 경남의 여러 지역을 주요 촬영지로 선택한 이유는 경상남도의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이 지원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도내에 신용카드 소득증빙 서 영상물을 촬영하는 제작사에 현지 지출 비용의 일부를 환급·지원하여 지역 영상산업 생태계 확장을 꾀해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 사업은 몇 가지 상당한 장점을 가진다. 도시 중심의 제작에서 경남 지역 곳곳을 선택하여 장소의 다양화와 지역 특산물의 브랜드화를 꾀하고, 곳곳의 특색을 살린 독창적인 콘텐츠를 통해 관광 인터넷전화신청 홍보 효과는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을 직접 보고 참여함으로써 지역민에게 문화 창출의 긍지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좀 대부업법 비딸’ 주요 장면을 촬영한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이달균 시인/





‘좀비딸’ 주요 장면을 촬영한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이달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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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해바리마을에서 만난 80대 배우들
차를 몰아 창선면 신흥해바리마을에 닿았다. 사포, 신흥, 지족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는 남해에서도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라 일몰을 즐기기엔 최적의 장소다. 차를 세우고 의자에 앉아 쉬는 노인 몇 분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 아래 원두막엔 어르신들이 앉아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계셨다. 그분들은 실제 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고 말씀하신다.
“어서오시다. 여기 쫌 앉으시오. 내가 그래도 출연료도 받은 배우인기라. 이 마을에 살다보이 영화에도 다 나와 보고, 참말로 출세했소. 영화 찍는 걸 보이 그 사람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이데. 똑같은 장면을 하루 죙일 찍고 또 찍고, 아이구야! 돈 공짜로 버는 기 아인기라. ‘좀비딸’인지 뭔지 뜻도 잘 모르것는디 정작 내는 영화도 보지 못했는데 서울 며느리도 보고, 대구 며느리도 다 봤다카데.”

빈영래 할머니는 막걸리 돌리는 장면과 무리 지은 마을 사람 갑남을녀로 나왔는데 그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했다. 거의 4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스튜디오N 식구들이 많을 땐 50명, 적을 땐 20명쯤 되는 인원이 이곳에 체류했다고 한다. 숙식은 해바리휴양마을 농촌체험탐방안내소에서 해결했는데 오랜만에 젊은 사람 구경 실컷 했다며 웃으신다.








단역 출연한 신흥해바리 마을 할아버지들과 빈영래 할머니./이달균 시인/





단역 출연한 신흥해바리 마을 할아버지들과 빈영래 할머니./이달균 시인/



◇한국 좀비 영화의 계보
2025년 한국 영화 흥행은 예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 같은 기대작이 나왔지만, 1000만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합병, 대형 영화관 폐관 등 우울한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 가운데 이 영화의 흥행은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좀비딸’의 원작은 2018년 8월 22일부터 2020년 6월 16일까지 네이버에 연재된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다. 연재 당시 코로나 시기와 겹치다 보니 더욱 관심을 받았고, 나중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월 30일 개봉해 2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찍으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이젠 좀비가 나오는 영화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좀비 영화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처럼 생각되었으나 2016년 작 ‘부산행’(연상호 감독)이 흥행하면서 한국 영화계에서도 그리 낯선 장르는 아닌 듯하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영화 좀비딸 스틸컷



그래서 찾아보았다. 처음 우리나라의 스크린에 좀비가 등장한 영화는 1980년 강병구 감독의 ‘괴시’였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어느 날 갑자기’(정종훈 감독, 2006),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류훈 감독, 2009), ‘미스터 좀비’(이수성 감독, 2010)가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서 좀비 영화는 그리 주목받는 장르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2012년 김지운·임필성 감독이 만든 ‘인류멸망보고서’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데 이 중 첫 번째 ‘멋진 신세계’가 바로 좀비 이야기다.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좀비로 만드는 에피소드인데 감독은 물론 배우들도 류승범, 송새벽, 송영창, 김규리 등이 출연하여 미디어의 관심을 받게 된다. 같은 해 김선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의 네 번째 이야기 ‘앰뷸런스’, 김석정 감독의 ‘좀비스쿨’(2014)이 이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부산행’을 빼놓고 한국 좀비 영화를 말할 수 없다. 블록버스터 영화인 만큼 기획, 연출, 시나리오가 튼실했고, 공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등 검증된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여 115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 영화로 인해 본격적인 K-좀비 열풍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 아니다. 좀비와 함께 KTX에 탑승한 생존자들이 감염에 안전한 도시 부산에 도착하기까지 목숨 건 혈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의 액션,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관객을 몰입시키기 충분했다. 그들이 펼치는 다양한 인간상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후에도 이민재 감독의 ‘기묘한 가족’(2018), 김성훈 감독의 ‘창궐’(2018)과 ‘킹덤’(2019), 조일형 감독의 ‘#살아있다’(2020)가 뒤를 이었고, ‘부산행’의 속편 격인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년)가 뒤를 이었다. ‘반도’는 ‘부산행’만큼의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잘 그려낸 작품이란 평가를 얻었다.
◇딸바보 아빠 조정석의 흥행공식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좀비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초호화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 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 아카데미를 장식한 ‘기생충’의 이정은, 역시 ‘기생충’과 ‘살인자 리포트’에서 열연한 조여정, 대세 배우로 직진 중인 윤경호,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는 최유리 등이 출연했으니, 관객들의 기대는 예상되었다.
이 영화로 조정석은 여름 흥행 강자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2024년 7월 31일 개봉하여 관객 동원 471만명을 기록한 ‘파일럿’에 이은 쾌거다. 화려한 출연진에 비해 이 영화를 연출한 필감성 감독은 그리 많이 알려진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로 일약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또 하나, 흥행에 단단히 한몫을 한 배우가 있다. 바로 정환(조정석) 가족의 반려묘 애용이의 존재다. 이 글을 쓰면서 ‘치즈태비’란 품종의 고양이가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고양이는 포스터를 장식할 정도로 귀여운 존재감으로 애묘인들을 사로잡았고, 그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신의 한 수였다. 반려묘 애용이는 전국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만큼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적응력과 몰입도를 발휘했다고 한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영화 좀비딸 스틸컷



내용은 단순하다. 15번째 생일을 맞이한 수아(최유리)는 어느 날 세계를 강타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수아는 여느 좀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돌연변이인지 감각이 살아있고, 사람 말귀도 알아듣는다. 딸바보 정환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좀비 수아를 어머니(이정은)가 있는 고향집으로 피신시킨다.

나라에선 군경을 동원하여 감염자를 색출하고 있는데 하필이면 복병 연화(조여정)가 나타난다. 그녀는 정환의 첫사랑으로 자신의 약혼자가 좀비로 변하여 심한 아픔을 겪었기에 좀비를 원수처럼 여긴다. 전국 최다 신고자로 표창을 받을 정도로 좀비라면 치를 떠는 극중 인물. 신고와 보호라는 실랑이 속에서 수아가 정환의 친딸이 아니라 정환 여동생의 딸을 맡아 키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영화 좀비딸 스틸컷



정환은 연화에게 수아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나 이성이 있는 생명체이며 회생할 수도 있다고 호소하며 신고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한다. 인근 중학교에서 공놀이를 하며 학업에 적응해 나가던 중 이혼한 처남은 현상금을 타기 위해 수아를 찾아와 데리고 간다. 어찌어찌해서 수아를 다시 찾아와 밀항선을 타보려 하지만, 결국 수색조에 발각된다. 신물질 치료제 개발로 수아는 회복되지만 결국 수아에게 물린 정환은 좀비가 된다. 마지막 장면은 혹시나 하는 희망을 전해주면서 끝난다. 이런 코믹 신파는 다소 예견된 것이어서 그리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수아 할머니 밤순이 살던 집은 신흥해바리마을에 세트를 지어 촬영했다고 한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에 있었는데 지금 세트장은 온데간데없고 유자 몇 그루가 심어진 채 밭이 되어 있다. 마을 아래 선착장도, 탐방 안내소에도 영화와 관련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촬영 내내 민폐를 끼쳤으므로 마을 발전 기금을 찬조하고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수아가 다닌 상주중학교는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이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창문을 열면 잔잔한 밀썰물 소리가 들려온다. 10월의 상주해수욕장은 철 지난 바닷가이긴 하나 은모래 해변에서 장난치는 어린이들이 찾아와 그리 썰렁하지는 않다. 배경으로 나오는 남해편백휴양림과 청소년수련원은 힐링하기엔 알맞은 곳이다. 삼동면 ‘인춘당 약국’은 정환의 친구인 약사 동배(윤경호)가 경영하는 약국으로 잠시 나온다.








극중 주인공 수아가 다닌 상주중학교./이달균 시인/





극중 주인공 수아가 다닌 상주중학교./이달균 시인/










수아가 공놀이 하던 상주중학교 운동장./이달균 시인/





수아가 공놀이 하던 상주중학교 운동장./이달균 시인/



◇옥에 티, 경남에서 왜 전라도 말을 쓰나?
‘좀비딸’은 웹툰에서 출발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영화로 진화한 보기 드문 사례다. 원작자인 이윤창의 고향은 남해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원작자에겐 더욱 각별하다. “고향에 내려가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듣고 온 느낌이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즐겁고 편해져서 앞으로도 계속 관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눈에 띄는 한 가지 옥에 티가 있다. 그것은 경상남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정은이 전라도 토박이말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 달인인 그녀가 전라도 말 연기를 위해 전라도 선생님을 찾아가 사투리를 배웠다고 한다. 전라도 말이 정감을 자아내는 맛도 있지만, 기왕에 경남의 지원을 받아 경남의 자연과 인물을 등장시켰으니, 주인공들도 경남 말을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유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유쾌하고 가벼운 소재로 인해 젊은이들에겐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코믹한 상황을 감동적으로 배치한 시나리오가 원작의 묘미를 살린 것이다. 상반된 역할로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고, 좀비 딸과의 일상적인 갈등과 이를 해결하려는 아버지의 노력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가슴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서일까. 2025년 7월 개봉과 동시에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고,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220만명을 돌파해 2025년 개봉 영화 중 가장 빠르게 흥행작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최종 스코어 562만(2025년 9월 26일 기준) 관객을 동원했다. 홈런은 아니지만 2루타 이상은 기록한 셈이다. 모처럼 가족 영화의 가능성을 알렸고, 활력을 잃은 영화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다음엔 또 어떤 영화가 경남을 찾아올까 궁금해진다.
이달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