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부는 가을날이면, 강릉 교동에 가고 싶다. 그곳엔 짬뽕이 있으니까. 짬뽕이 비루한 한 몸 후끈 달아올려 주니까. 직장에 몸이 매어, 미처 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처연해지는 나날. 지도 앱으로 ‘교동’을 찾아보며 입맛을 다시려는데, 이게 웬걸. 전국에 교동이 열 개나 넘는 것이 아닌가. 동명의 지명이 난립한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조선의 지방 공립대 ‘향교’
‘교동’은 한자로 가르칠 교(校), 골 동(洞)을 쓴다. 뜻으로 풀면 학교가 있는 동네라는 뜻. 학교라고 하면 오늘날 근대적인 시설로 읽히지만, 조선시대에도 학교가 있었다. 국교인 유교를 공부하기 위한 기관이 전국 곳곳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선 조정은 지방 곳곳 경기도급식비 에 고등 교육 기관을 세웠는데, 이를 ‘향교‘라고 불렀다(서당은 초등교육 기관).




이천향교.



과거 향교가 있던 자리 동네가 지금의 ‘교동’이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향교는 국 신혼부부 특별분양 가가 주관하는 유교 교육의 중심지여서, 공자, 맹자, 안자, 증자 등 중국 유교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봄·가을마다 큰 제사를 지냈다. 조선의 통치 이념이 향교를 통해서 방방곡곡 퍼진 셈.

서울 지역에는 교동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에는 향교가 없어서였다. 향교는 ‘지방’ 공교육 기관이라 서울에는 존재하지 않았으 미국대학졸업후취업 니까. 향교라는 이름 자체도 시골 향(鄕) 학교 교(校)를 쓴다. 서울엔 이름이 달랐을 뿐 걸출한 고등 교육기관이 있었다. ‘4부 학당‘이다.
서울 동서남북에 하나씩 공교육 기관을 세운 것이었다. 향교가 지방국립대라면 학당은 서울 공립대학교인 셈. 성균관은 학당의 상위 기관으로 조선 최고의 엘리트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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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시대가 열리다
조선 중기는 혼란의 시대였다. 정치적 대격돌로 피의 숙청인 사화(士禍)가 거듭 일어나서다. 중앙 정치의 혼란에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선비들은 지방에 은거하면서 후학 양성으로 새길을 텄다. 그들은 자신들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각자의 교육기관을 세웠다. 서원 경찰공무원 대출 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지방 명문 사립대라고 할까.




조선 최초 서원인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



호젓한 시골 마을에 살면서도 후학을 양성하려는 대학자들이 자신만의 교육 방침으로 각자의 학교를 설립했다. 우리에게 유명한 퇴계 이황도 그중 하나였다. 이황 선생은 말했다. “성균관이나 향교는 번잡한 도시에 있어서 앞으로는 번거로운 학칙에 얽매이고 뒤로는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우니, 어찌 서원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서원은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오늘날 역사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깊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서원’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삼은 이유기도 하다.
임금도 유학의 뜻을 세우겠다는 선비의 뜻을 어여삐 어겨, 서원에 직접 글씨를 쓴 현판을 내렸다. 이를 사액서원이라고 했는데, 선비들은 이를 우수한 교육기관으로 여겼다. 임금이 직접 공인한 서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동 도산서원. [사진출처=국가유산청]




서원의 종말
서원은 비 온 뒤 죽순처럼 늘어갔다. 공부를 향한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서원에 딸린 토지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이권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서원 소속 노비는 국가의 강제 노동에서 면제되어서, 주인들은 노비의 노동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유교 성현의 뜻을 되살리겠다는 본뜻이 오염되고 있었던 셈. 교육기관이 특권기관으로 변질되면서 서원을 향한 비난 여론도 거세졌다. 1871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의 서원 47개만 남기고 모두 훼철(건물을 부숨)한 배경이었다. 폐단에 분노하는 누군가에겐 개혁의 상징이었고, 옛것을 그리는 누군가에겐 반달리즘(문화재 파괴행위). 역사는 양면의 기억을 남긴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적폐의 상징인 서원을 모두 훼철하라.” 1869년 흥선대원군.




이름에 묻은 역사의 값어치를 탐구합니다. 친숙한 이름들에 서려있는 역사 얘기를 격주로 전하겠습니다. 태국에선 사와디깝, 매경에선 ‘사(史)와닉값’을 외쳐주세요. 구독을 눌러주시면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습니다.